콩밥은 옛말...연 3100만원 복지에 “나 감방 돌아갈래”
전북 남원의 60대 A씨는 지난 2월 자신의 집에 불을 질렀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도소에 가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교도소에 가면 의식주가 보장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B(27)씨는 작년 5월 대전 유성구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을 흉기로 협박해 현금을 뺏으려 한 혐의로 기소돼 최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중에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가려고 했던 것일 뿐 실제 돈을 뺏으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했다. 서울 광진구에서도 교도소에 가려고 행인을 찌른 30대 여성이 작년 11월 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최근 교도소에 가려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앞서 교도소에 가려고 주로 저지르는 범죄인 단순 절도로 인한 재복역률은 2012년 40.3%에서 2021년 50.9%로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창살 밖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며 불안정한 삶을 사는 것보다 교도소가 낫다고 본 셈이다.
올해 재소자 한 명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연평균 3100만원이다. 급식비, 피복비, 의료비, 생필품비는 물론 이들을 수감하는 관리 비용을 포함한 것이다. 이는 올해 1인 가구 중위 소득(월 208만8892원·연 2400여 만원)보다 많다. 재소자 1인당 비용은 2021년 2800만원이던 게 2년 만에 10%가량 늘었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범죄자도 최소한의 인격적 품위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정부도 재소자의 의식주 수준을 높여주고 있다”며 “‘콩밥 먹는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라고 했다. 교도소의 복지 수준을 경험한 재소자들이 이를 잊지 못하고 오히려 재범을 저지르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내가 일해서 번 돈보다 범죄자에게 들어가는 세금이 더 많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범죄자들을 사회와 격리하는 교도소가 오히려 휴식처가 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힘든 교도소 생활이 범죄자 교화 기능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들어가 생활하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며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을 제약함으로써 죗값을 치르게 하고는 있지만 형이 너무 짧다 보니 ‘잠시 때운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저소득층의 기초 복지 향상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보장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며 “생활고에 시달려 교도소에 가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면, 범죄자들과 교류가 생기면서 범죄를 학습하게 되고 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교도소행을 택하는 현상이 만연해 있다고 한다. 일본 법무성이 발표한 ‘2017 범죄 백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범죄는 1997년 1만2818명에서 2016년 4만6977명으로 20년 사이 3.7배 증가했다. 이 중 90%가 넘는 범죄가 과자나 음료수를 훔치는 단순 절도였다. 이들의 범행 목적은 대부분 ‘교도소에 가는 것’이라고 한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김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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