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필통입니다.
‘시어머니 몰래 단톡방을 나가는 방법 없을까요?’
‘<○○○님이 나갔습니다> 알림 메시지 없이 단톡방 탈퇴하는 방법 알려주세요’
‘흔적 없이 동문 단체카톡방 나가고 싶어요’
‘학폭의 도구가 된 카톡지옥 탈출 방법 좀 가르쳐주세요’
사실상 전 국민이 사용하는 단체카톡방이지만 한 번 불려 들어가면 자기 의지대로 나올 수 없는 인질 아닌 인질, 포로 아닌 포로가 되어 밤이고 낮이고 울리는 메시지 알림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단톡방에서 조용히 나갈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요?
단톡방에서 조용히 나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일명 ‘조용히 나가기’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경남 김해시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지난 22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3인 이상의 이용자 간 실시간 대화를 매개하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고 대화의 참여를 종료할 수 있게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여 실행력을 높였습니다.
우리 사회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사실상 모든 국민이 카카오톡을 비롯한 실시간 대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2021년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3세 이상 인구(50,904천 명) 중 인터넷 이용자의 비율은 93.0%(47,317천 명)입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개인 간 실시간으로 메시지, 사진 등의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인스턴트 메신저 이용률은 98.3%(만 6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1.2%p 증가한 수치인데요.
이용자의 99.5%가 카카오톡을 이용하였고, 페이스북 메신저(24.5%),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15.3%), 네이버밴드 메신저(9.4%)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3개 항목 응답 기준). 한마디로 사실상 전 국민이 실시간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절대다수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용 과정에서 이용자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타인에 의해 단체 대화에 초대되기도 하고, 대화방에서 나가는 순간 <○○○님이 나갔습니다>와 같은 메시지가 뜨고 있으며, 퇴장하더라도 다시 초대하는 것이 가능하여 이용자의 피로감과 불편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메신저 서비스가 ‘카톡지옥’이라 불리는 학교폭력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를 비롯한 정보통신사업자들은 이용자들의 피로감과 불편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에서야 유료 서비스 이용자만 만들 수 있는 단체 채팅방인 ‘팀 채팅방’에 한하여 조용히 방을 나갈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을 뿐, 일반 단톡방과 오픈 채팅에서는 여전히 대화방에서 나가는 순간 <○○○님이 나갔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이미 빠른 곳은 2018년부터 ‘조용히 나가기’가 도입돼 정착되어가고 있다고 하네요.
김정호 의원실에서 국회도서관을 통해 조사한 <‘조용히 나가기’ 해외사례>에 따르면 중국의 위챗과 미국에 본사를 둔 왓츠앱 등 글로벌 메신저앱에서는 모든 그룹채팅방에서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도입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챗(Wechat, 微信)’은 우리의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중국 내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 중인 메신저앱입니다.
사용자 수는 중국을 비롯해 약 13억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위챗의 이전 버전의 경우, 이용자가 자신이 속한 그룹채팅방을 나갈 때 “XXX가 이미 그룹채팅방을 나갔습니다(XXX已退出群聊)”라는 문구가 모두에게 표기되었습니다.
이에 위챗 이용자들은 자신의 그룹채팅방 탈퇴 사실이 타인에게 알려지는 것을 우려하거나 부끄러워했고 피로감을 호소하며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응답하여 위챗은 2018년 이후 그룹채팅방의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도입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이용자는 그룹채팅방을 나갈 때, “방에서 나간 것을 그룹채팅 내 다른 구성원에게 알리지 않으며, 더는 그룹채팅 메시지를 받지 않습니다(退出后不会通知群聊中其他成员,且不会再接受此群聊消息)”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카카오가 유료 서비스에게만 해당 서비스 혜택을 부여한 것과 달리 중국 위챗은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에까지 모두 적용하고 있네요.
미국에 본사를 둔 메타(Meta)사가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WhatsApp)도 지난해부터 프라이버시 강화를 위한 3가지 업데이트 기능 중 하나로 ‘조용히 나가기’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왓츠앱은 전 세계 180개국에 걸쳐 약 26억 명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왓츠앱 사용자가 단체채팅방을 나갈 때 다른 참가자들에게 퇴장 사실이 알려져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왓츠앱은 이런 의견을 반영해 관리자에게만 참가자의 퇴장 사실 알리는 방식으로 개선하기로 했는데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업데이트를 소개하면서 “메시지를 보호하고 대면 대화처럼 비공개로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해서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체채팅방 ‘조용히 나가기’는 한국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이용자들도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던 기능입니다.
위챗이나 왓츠앱의 사례는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도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나 정보통신사업자의 영업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보도에 따르면 카카오는 ‘수신자와 발신자가 함께 있는 단체방 특성상 나가기 알림 기능은 양쪽 모두의 편의를 모두 고려한 기능’이라는 이유를 대며 ‘조용히 나가기’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도 일부 유료 서비스에 대해서는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도입하여 이용자의 편의가 아니라 카카오의 편의를 고려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 법안을 발의한 김정호 의원은 “기업 스스로 이용자의 요구를 수용하여 ‘조용히 나가기’ 기능을 도입한 위챗이나 왓츠앱과 달리 한국의 카카오는 이를 외면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라며 “법률을 통해 전 국민이 사용하는 단톡방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 운영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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